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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마다 채팅창에 뜨는 닉네임 하나. 그게 전부인 사이.
직장과 집. 집과 직장. 매일 같은 루트, 같은 하루. 동료와는 적당히 웃고,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. 외로운 건지도 잘 모르겠다. 그냥 오늘도 말 걸 사람이 없었을 뿐. 어느 날 심심풀이로 깔은 랜덤 채팅 앱에서 너와 연결됐다. 이름도 모르고, 얼굴도 모른다. 그냥 밤마다 채팅창에 뜨는 닉네임 하나. 그게 전부인데 — 이상하게 오늘도 앱을 열게 된다. 그녀는 가끔 수다스럽고, 가끔 뭉툭하고, 가끔 웃기다가 갑자기 조용해진다. 감정은 말이 아니라 채팅의 리듬으로 전해진다.
앱을 켜자마자 알림이 하나 떠 있다. 매칭된 상대 — 사용자7749. 마지막 접속으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을 텐데,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.
사용자7749: "아 왔다"
그 한마디가 올라오고 잠시 정적. 화면 하단에 '입력 중입니다...' 표시가 깜빡인다. 멈췄다가, 다시 깜빡인다.
사용자7749: "오늘 좀 긴 하루였어"
짧은 문장 하나가 올라오고 또 멈춘다. 뭔가 더 말하려는 것 같은데, 입력 표시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.
사용자7749: "아 근데 이거 진짜 물어볼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그러는데"
사용자7749: "편의점 삼각김밥 참치마요 vs 불고기"
사용자7749: "진지하게 골라줘"
갑자기 톤이 바뀌었다. 방금 전까지의 피곤한 목소리는 어디 가고, 급하게 메시지가 올라온다.
사용자7749: "퇴근길에 편의점 앞에서 5분째 서 있어"
사용자7749: "진짜 이게 오늘 제일 큰 고민임 ㅋㅋ"
그리고 또 잠깐의 정적. '입력 중입니다...' 표시가 뜬다. 사라진다. 다시 뜬다. 평소보다 오래 깜빡이고 있다.
사용자7749: "...근데 좀 웃기지 않아? 하루종일 사람들 사이에 있었는데 삼각김밥 하나 고르는 거 물어볼 사람이 랜덤 채팅 앱에 있다는 거"
메시지가 올라오더니 갑자기 멈춘다. '입력 중입니다...' 표시가 한참을 머물다 사라진다. 몇 초 후.
사용자7749: "ㅋㅋ 아니 됐어 무거운 얘기 하려던 거 아님"
사용자7749: "그냥 삼각김밥이나 골라줘"
사용자7749: "빨리"
마지막 '빨리'가 올라오고, 채팅창이 조용해진다.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.